아는 사람의 소개로 약 일년 정도 아르바이트했던 적이 있는 작은 서점입니다. 아마 근처에 사는 분들은 다들 알고 계시지 않을까 싶어요.
십여년 전만 해도 신림동 녹두거리에서 만남의 광장은 '녹두리아'가 아니라 '그날이 오면'이었다고 하죠. 지금처럼 다들 핸드폰 하나씩은 갖고 있지 않아서 연락이 쉽지 않았던 때라서 서점 앞 벽에 온갖 모임을 알리는 쪽지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곤 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가는 사람만 계속 가는 서점에 가까워진 것 같아요.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아무래도 치이게 되니까요. 게다가 토익,토플,텝스 등 외국어 시험 관련 서적이나 고시관련 서적도 취급하지 않고 성공하는 사람을 위한 17가지 뭐 이런 류의 베스트셀러도 찾아보기 힘들고요. 또 아동용 전집 같은 것도 취급하지 않다 보니 아무래도 장사가 잘 되지는 않을 듯해요.
그날이 오면이 당면하고 있는 재정난이나 여러가지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항들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으려고 하고요. 저는 알바생 입장에서 '그날'에 대해 소개를 해 보려고 합니다.
일단, 시급이 짠 편이죠 ㅠ 여기에 차마 공개할 수 없지만.. 2007년 들어서는 그래도 좀 올려주셨더라고요 ^^; 대신 알바생들이 그날에서 책을 살 때 20%씩 깎아서 살 수 있는 혜택이 있답니다. 서점에 책이 들어올 때 그날처럼 작은 서점에는 출판사에서 책값의 7~80%를 가져가고 나머지를 서점에 주게 되는데요. 많이 찍어내지 않는 학술서적 같은 경우는 출판사에서 85%를 가져가는 경우도 있어서 20% 할인가가 죄송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_ㅠ (그래도 워낙 짠 시급에 한편으로는 책사면서 즐거워한..ㅋㅋ;)
그날에서는 임금 관리를 알바생 각자가 알아서 하게 됩니다. 임금 장부를 펼치면 자기 이름이 쓰인 견출지가 붙어있는 페이지를 펴고 일한 날짜와 시간, 임금을 계산해서 장부에 기록하고요. 장부에 돈이 남아있는 한은 장부에 기록하고 서랍에서 알바비를 직접 빼가면 되었습니다. 그런 경우는 거의 없긴 하지만 알바비가 마이너스로 기록되어 있는 분들도 있었는데요. 여러 달 지난 후에야 아저씨께 돈 갚으러 왔다면서 오신 예전 알바분도 만난 적 있었구요.
또, 알바생 한 명이 일주일 내내 일하는 게 아니라 보통 세 명 정도가 각각 다른 날에 일하게 되는데요. 혹시 일이 생기거나 하면 알바들끼리 연락해서 대타를 구하곤 합니다. 그 때도 계산은 그날 일한 사람이 알아서 자기 장부에 기록하면 되니 편하죠 ㅎㅎ 알바를 하다 그만둔 분들 연락처도 남아있는데 종종 일하러 와주시기도 하지만 보통은 알바생들끼리 해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알바를 하면서 주로 하는 일들은 당연하게도 책 계산해 드리는 것, 그리고 책 찾아드리는 것과 책을 비닐이나 종이포장지로 포장해 드리는 것으로 크게 세가지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날에서는 작은 시집이나 소설책 한 권이라도 손님이 원하면 책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비닐로 싸 드렸는데요. 저도 그날에서 배워서 책을 꽤 잘 싸게 된.ㅎㅎ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게 된 것도 알바를 시작하면서부터였던 거 같아요. 전에는 몰랐는데 어쩌다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갔더니 비닐에 닿을 때 마찰이 생겨서 불편하더군요. 책값을 깎아줄 수 없는 대신 그날에서 제공할 수 있었던 나름의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한편.. 책을 찾는 것이 최대의 난관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직도 가끔 대타로 일해줄 수 있냐고 연락이 오는데 가장 무서운 게 '내가 책을 잘 찾을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네요 ^^;; 좁은 서점 안에 책을 꽉꽉 끼워서 꽂아놓고 쌓아놓고.. 아저씨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책을 정리하시는데 알바생 입장에서는 책 찾기가 참 힘듭니다 -_ㅠ 그래도 좀 책이 많이 들어와 있는 출판사나 많이 팔리는 책들, 확실하게 소설, 경제학, 역사학 이런 식으로 크게 분류가 되어 있는 책들은 찾기가 쉬운데요. 알고 보면 엉뚱한 위치에 막심 고리끼 책이 모여 있거나 루쉰 책이 모여 있거나 합니다. 알바생 혼자 서점을 지킬 때 책을 좀 찾아보다가 못 찾게 되면 밤 10시 반 정도까지는 아저씨께 전화를 드립니다. 어느 출판사 어느 책 좀 찾아주세요 ㅠ 하고요 ㅠㅠ 전화로도 아저씬 참 잘 찾으시죠 ㅋㅋ
그 외에는 그날그날 들어온 책을 매입, 즉 컴퓨터에 등록하고요. 알바를 마치기 전 그날의 결산을 정리해서 다음 날로 넘기는 것 등이 매일 하는 일입니다.
예전에는 각종 CD나 테입, 비디오 등도 팔았었는데 요새는 남은 것들만을 팔고 더이상 들어오지는 않는 것 같더군요. 대중가요나 민중가요 음반 등이 있었고, 학생들이 자체 제작한 밴드 음반 등을 팔아주기도 했습니다.
요새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그날에서는 학생들에게 돈을 빌려주기도 합니다 ^^; 한사람당 2만원까지 빌려주는데요, 대신 학생증을 맡겨놓고 대여 장부에 기록하는데 굉장히 오래된 학생증이 장부에 그냥 붙어있기도 한 걸 보면 빌려주고 받지 못한 돈도 은근히 꽤 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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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님 블로그에서 버려지는 책띠에 관한 글을 보면서 그날에서 일하던 생각이 났네요. 책을 싸면서 싼 작은 띠는 보통 버려지게 되는데 그날에서는 이 책띠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메모지함에 넣어놓고 메모지로 사용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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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 마지막 '씨과일'을 살립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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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씨의 책 <환경주의자들>, 인물과사상사 에 한 꼭지로 인문사회과학서점에 대한 글이 있는데 그날 아저씨와의 인터뷰가 실려있네요. 2001년 책이니 좀 되긴 했지만요^^; 사실 하고 있는 얘기들은 별 차이가 없고 아직도 비슷한 거 같아요. 마지막 남은 인문사회과학서점을 살리자고 얼마 전에는 후원회가 결성되기도 했었고요.
그날도 뭔가 자체적으로 개선과 생존 방안을 모색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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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집에 내려가느라 ^^;
댓글은 밤에 달께요~
오 역시 집에 가는구만뇨
나도 여기 들려서 오손도손 놀았던 기억이 ㅋㅋ
그러고보니 지렁님과 오손도손 놀았던 기억이 ㅋㅋ
녹두리아 ㅋㅋ
녹두리아를 아시는군요!ㅋㅋ
그날이오면도 ^^
어찌모르겠어요 ㅋㅋ
여기서 알바하셨었군요...
멕시칸 치킨 나온 사진 진짜 옛날 사진이네요 ㅋ
신림동은 이해찬씨 때문에 헌책방이나 고시서점 이외에는 장사가 안 되죠.
저 근처에서 헌책방이나 고시서점이 아닌 유일한 서점이 그날일걸요?
살아 남아 주기를 기원합니다 ~
그러게요 광X서적이 고시서점이나 헌책방 말고는 거의 손님을 다 끌어가는 편이죠. 쿠폰제도 있고..
정말 '생존'해 있었으면 해요 -_ㅠ
단지 그날 자체적으로도 노력을 많이 해야 할듯해요.
후원회나 몇몇 단골 손님들이나, 의식적으로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의존하기보다는요.
최근 들어 책방에 가본적이 언젠지...
필요한 책은 모두 인터넷으로 구매하고 가끔 자판기로 책을 사는 정도라 서점 가본지가 언젠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책방 알바라...아주 좋은 선택 하신듯 합니다. 당구장 알바 3개월이면 당구수가 늘고 호프집 알바 3개월이면 주량이 늘죠.
책방 알바를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학술이 늘겠죠. 너무 좋은 선택이십니다.
저도 서점 알바할 때는 보고싶은 책도 찾아보고 사보고 했었는데..
그나마도 그만두고 나니 거의 비슷한 상황이네요 ^^;
너무 놀고먹는 거 같아요 참 ㅠㅠ
와 인기블로거 슬양!
그런데 정말 포스트 괜찮다...
놀라워
귀찮아서 안쓸줄 알았는데...
왜 다들 나를 몰아가는거지 ㅠ
퀴정언니네서도 자꾸..ㅋㅋ
그래도 이 압박감 때문에 (노느라) 바쁜 와중에 댓글달러..;;
아뉘~+_+!!! 20%라뇨?? 제 친구도 책방에서 일하는데 50%로 해주던데;ㅁ;
그리구 제가 일하게 될 옷가게는 60%해주기로 하셨고...ㅠ.ㅠ
그래도 저 책방 왠지 전통(?)이 있어보여서 좋네요^ㅁ^ㅋㅋ
한국가면 한번 놀러가봐야겠어요... 저도 이제 한국책 많이 읽어야되서;ㅁ;
근데 출판사에서 작은서점이라고 많이 줘봐야 서점에 35% 남겨주더라구요 -_ㅠ 보통 2~30%고..
그래도 뭔가 없어지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아직 많아서 유지는 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시장논리만으로는 벌써 없어지고도 남았겠죠 ㅎㅎ
후후 재밌네 난 그냥 아이스크림먹는집정도로만생각해왔군 흠
그렇지 너에겐 아이스크림 먹는 집이었지..ㅋㅋㅋ
저는 사실 모르는 곳이지만, 정말 멋진 곳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런곳이 있었다니.대단하네요..
네, 아무래도 마지막 남은 인문사회과학 전문 서점이라 더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아요.
언제까지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사실 좀 걱정된다는..^^;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스킨이 바뀌었군요~~ 이게 좀 더 나은것 같습니다. 헤헤~
ㅎㅎㅎ 저도 바꾼 스킨이 더 맘에 들어요!
드시지 마세요~!!! ㅋㅋ 압권입니다.
아 정말 먹구 싶어지는걸요. (이 청개구리 정신은 몬지요.ㅋ.ㅋ;;)
신림동이면 가볼만한 거리네요. 친구가 거기 살아서 가끔은 들를수도 있겠어요.
물 마시러 가야징..ㅋ
맞아요 저도 보면서 혼자 웃었는데 ㅋㅋ
근데 정말 마시면 안될 거에요 ㅠ 드러울텐데 ㅠㅠ
서점이 간판 바꾸고는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여기 헌책방 아닌가요?" 하는 손님들이 꽤 많이 온답니다 ㅋㅋ